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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감래로 이룬 황금사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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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2-09-10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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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영화제의 하나인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피에타'라는 작품으로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김기덕 감독이 황금사자상을 받았다는 낭보가 날아와 영화인뿐만 아니라 비영화인들도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는 김 감독 개인의 영광뿐 아니라 한국 영화가 세계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

이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역경에도 불구하고 좌절하지 않고 노력하면 반드시 이루어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우리에게 가르쳐 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경북 봉화의 가난한 산골마을에서 태어난 김기덕은 가정 형편으로 일반 고등학교가 아니라 공식으로 인정되지 않는 농업학교에 들어갔기 때문에 그의 최종 학력은 중졸이 됐다고 한다. 김 감독은 학교 졸업 후 취업을 시도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15살 때부터 청계천과 구로공단에서 노동자로 일을 했다는 것이다. '피에타'의 무대인 청계천은 어두웠던 시절의 추억이 녹아 있는 곳이다.

그는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 해병대에 자원 입대하고, 제대 후에는 프랑스로 건너가 새로운 삶을 모색하게 된다. 그는 프랑스 남부의 한 해변에서 초상화 그리기로 생계를 유지하며 미술가로서의 재능을 발휘하기도 했다. 그의 인생을 바꿔 놓은 것은 32세에 처음 봤다는 영화 '양들의 침묵'과 '퐁뇌프의 연인들'이었다. 이후 한국에 돌아와 영화 시나리오를 써서 영화진흥위원회의 공모에 당선됨으로써 이듬해인 1996년에는 첫 영화 '악어'를 연출해 감독으로 데뷔하게 된다.

그의 평탄하지 못한 삶처럼 영화도 사회 밑바닥의 음울한 부분인 극단적인 폭력과 성폭행, 엽기적인 행각, 변태적인 심리 등을 자주 그려 평단의 논쟁을 불러왔다. 그렇지만 기존의 영화 작법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인상을 강렬하게 새긴 작품들은 국내외에서 점점 주목받기 시작했다. '나쁜남자', '빈집', '시선' 등으로 국제영화제에서 상도 많이 받고 흥행도 좋은 편이었으나, 3년간의 은둔생활을 하기도 했다. 은둔생활을 끝내고 화려하게 영화계에 복귀함으로써 이번에 최고의 상을 받게 된 것이다. 

'피에타'는 김기덕의 18번째 작품으로 자본주의의 극단적인 폐해와 그 안에서의 인간성 상실을 냉혹한 시선으로 그린 것이다. 황금사자상을 받을 때까지 김 감독의 인생은 그야말로 시련의 연속이었다. 어릴 때의 가난과 영화계의 비주류로 극장가의 찬밥신세 등 얼마나 우여곡절이 많았겠는가. 그러나 절망하지 않고 꾸준히 자기만의 작품 활동을 성취한 끝에 영화의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받게 된 것이다.

고진감래란 이런 때에 알맞은 말인지도 모른다. 김 감독은 수상 인터뷰에서 "'피에타'는 장편 극영화로는 3년 만의 작품이다. 이것은 나에게 새로운 출발이다"라고 말했다. 앞으로 그가 어떤 작품으로 관객들에게 선보일지 주목된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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